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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은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즉각 재협상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저는 농림수산식품부 직원(공무원)이자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중앙행정기관본부 농림수산식품부지부 지부장으로서, 최근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과 관련하여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여학생과 아주머니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절절한 우려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들으면서,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공무원으로서 앞에 나가 사죄하고 싶은 마음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입장발표를 자제해 달라는 기관측의 지속적인 부탁, 협상담당 주무부처 당사자이자 제 동료이기도 한 우리부 직원들의 사기, 본인이 농식품부에 근무하면서도 전문가가 아니어서 협상내용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정보 부재, 나아가 노동조합의 지부장으로서 우리 지부에 닥칠 탄압과 어려움 등을 고민해야하는 저로서는 무한한 갈등을 겪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5월 22일 대통령의 담화문, 23일 국회의 농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부결 소식, 그리고 24일과 25일에 벌어진 촛불문화제 참가자에 대한 물대포 발사와 대규모 강제 연행소식을 접하며 국민의 녹을 먹고 있는 그리고 농식품부의 한 공무원으로서 참담한 마음과 함께 이제는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으로 판단되어 제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지난 미국산 쇠고기 수입관련 협상은 한마디로 졸속적이고 굴욕적인 협상이며 국민의 건강권을 지나치게 훼손한 협상입니다. 왜 졸속적이고 굴욕적인 협상인지, 왜 국민의 건강권을 지나치게 훼손한 협상인지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협상이 시작되어 타결되기 하루 전인, 지난 4.17.까지는 협상대표가 언론을 통해 밝혔듯이 양국간 이견이 컸고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비록 이번 협상의 우리측 안(案)이 이전의 내용보다는 다소 후퇴한 입장을 가지고 출발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협상에 참여한 공무원들이 “국민 건강권의 최대한 보장”을 우리측 입장으로 가지고 협상에 임했을 것이라는 것은 정부 중앙부처 공무원의 한 사람으로서 믿고 싶습니다.


다만, 이명박 정권(대통령 자신이나 핵심 참모들)이 한미 FTA협상의 조속한 비준입장을 밝히고 있었고, 방미를 해서 미국대통령과 만나기 11시간 전에 전격적으로 타결되었다는 점에서 한미간 쇠고기 협상이 한미 정상회담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아니 나아가 쇠고기 협상의 조속 타결을 지시하였을 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언론과 국민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며칠간의 협상과정 중 양국간 입장 조율이 잘 안되던 상황이 무능하고 무소신한 그리고 자기만의 영달만을 고민한 장관과 대표가 단 하룻밤 만에 미국측 요구를 전격 수용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어느 면에서는 이런 협상이 굴욕적이라고 청와대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했거나, 국민의 저항이 이렇게까지 확산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농식품부 장관이 그토록 되풀이 했던 OIE[국제수역사무국]의 규정과 과학적 기준, 안전성이라는 말에 이제는 신물이 납니다. 초기 협상결과에 따르면 OIE규정에서도 광우병 위험물질로 권고한 것을 우리는 빠뜨리는 협상, 미국 자신도 학교급식용으로 금지하고 있는 AMR(선진회수육)을 우리는 수입하겠다고 하는 협상, 심지어 광우병이 발생해도 그리고 검역과정에서 SRM(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이 발견 되어도 수입금지를 하지 못하는 협상, 강화된 사료조치의 강화된 내용이 무엇인지도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풀어주는 협상, 미국 자국법에 의한 쇠고기 정의를 따라야 하는 협상 등 더 이상 어떻게 말씀드리기도 구차한 내용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조금도 더 세부적인 예를 들면, 협상결과에 미국도축장 승인권한을 90일까지만 우리 정부가 갖고 이후부터는 미국이 갖게 되어있는데, 이는 OIE규정은 물론 과학적 근거도 없습니다. 정부는 SPS(동식물위생협정)상 동등성-상대국이 인정한 도축장 인정 등-을 내 세울 것이나, 이는 그간의 협정내용과 전혀 다른 것으로서 ‘95년 WTO 가입이후에도 승인 권한은 한국이 보유하고 있었고(미국의 작업장 지정 통보에 따라 현장점검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승인) 이러한 조항은 우리정부가 작업장 지정을 취소할 권한도 포함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제소당한 전례가 없습니다.


둘째, 미국이 광우병 위험통제국으로 인정된 지난해 5월 이후 협상을 한 멕시코는 살아있는 소를 수입하기로 결정하면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은 금지하였고,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7월 미국과 새 수입위생조건을 합의하면서 척추뼈 전체를 수입금지 품목인 SRM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우리 정부는 척추뼈 일부를 SRM에서 제외했다가 비난 여론에 밀려 추가협의를 통해 포함시킨 바 있습니다.)


그러면 최근 협상을 한 멕시코 말레이시아는 물론 일본, 대만에서는 OIE 규정도 모르고, 과학적인 근거가 없어서, 아니면 국민의 안전을 너무 지나치게 염려해서 그런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까? OIE에서 정하는 통제국가 등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장관은 알기나 하는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느 분의 말씀처럼 지난 몇 개월간 바뀐 것은 과학적기준이 아니고 정권뿐이라는 것에 저절로 동의가 됩니다.


따라서 정부는 고시를 무기한 연기하고 재협상에 임할 것을 밝히고 미국과 즉각 재협의해야 합니다. 아울러 민의를 반영하여,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만을 일방적으로 홍보할 것이 아니라 우려 지점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와 국내차원의 안전대책을 밝혀야 하고, 중․고생과 아줌마로 대표되는 촛불문화제의 개최를 적극 보장하는 등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농식품부 공무원으로서 이렇게 자괴감이 많이 든 시기는 처음입니다. 아마도 많은 우리부 동료들도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일한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분들에 대한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묵묵히 맡은 바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우리부 대다수 공무원들을 오해하는 일은 절대 없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저의 이번 입장발표는 협상과정 자체에 대한 것이지 안전성에 관한 과학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본의 아니게 “수입되는 쇠고기 안전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라는 지나친 비약으로 발전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또한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우리부의 직원들 중에는 안전성 부분에 관한한 안전하다는 소신을 갖는 분들도 있음을 밝힙니다. 안전성에 관한 문제는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과 정보를 통해 논의되고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최근 공무원사회는 머슴론, 전봇대 및 구조조정 등으로 심한 혼란과 사기저하에 빠져있습니다. 적어도 공무원들에게 인기가 없던 지난 정권도 공무원을 이렇게까지는 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국민을 위하여 공무원이 되기로 마음먹은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는 사랑하는 아내와 두 자녀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로서 살고 싶은 사람입니다. 아울러 공무원노동조합에서 일하면서 국민과 어려운 민중을 위해 일한다는 우리 노동조합의 이념에 맞추어 행동하기를 원하는 사람입니다.


끝으로 지난 반세기 정권의 하수인으로 살아온 공무원으로서의 자세를 버리고, 진정하게 국민과 민중을 위해 거듭나려고 노력하는 공무원노동자, 공무원노동조합을 이해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8. 5. 26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중앙행정기관본부

농림수산식품부지부 지부장  이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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