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후끈 달아올랐다. 본격적인 야구시즌을 맞은 사직구장의 함성은 한여름 해수욕장의 열기보다 뜨겁다. 젖은 빨래마냥 축 늘어진 몸과 마음을
빳빳하게 다림질 하고 싶다면 이번 주말은 무조건 '부산행'이다. 짜릿한 경기관람권 한장, KTX 기차표 한장 그리고 비장의 맛집리스트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당신의 주말 성적표는 이미 '10점 만점에 10점'이다.
한양족발
‘남포동에서 서울말 쓰면 시장아줌마들 밥됩니다.’
먹자골목에 관해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눈에 띈 댓글에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외지인은 바가지 쓰기 십상이라는 귀여운 충고였다. 하지만 “언니야, 여 온나 온나” 하고 ‘공짜로 퍼 줄 듯’ 말을 걸어오는 아주머니들의 정겨운 사투리를 들으면 그깟 장삿속, ‘알면서도 속아주자’ 싶은 마음이 든다.
남포동 골목은 즐겁다. 모퉁이를 돌때마다 떡볶이 골목·꼼장어 골목· 족발골목 등 새로운 먹자골목이 이어진다. '한양족발'은 남포동 족발골목의 터줏대감이다. 가게 입구의 투박하고 커다란 나무 도마 위에 식힌 족발이 수북히 쌓여 있다.
성킁성큼 족발을 써는 솜씨는 손놀림이 보이지 않을 만큼 능숙하다. 열일곱 가지의 재료를 넣고 삶았다는 때깔 좋은 족발은 부산 사람들 뿐 아니라 일본 관광객들에게도 대인기다. 일반 돼지족발(2만원~3만원)도 담백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냉채족발(2만원~3만원)을 많이 찾는다.
오이·양파 등의 채소와 해파리, 겨자소스가 곁들어 나와 새콤달콤한 맛이다. 고들고들한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은 앞다리 살을, 족발 특유의 담백한 맛을 느끼려면 뒷다리 살을 썰어 달라고 부탁할 것. 051-246-3039
내 껍데기 돌리도
상호가 정겹게 다가온다. 그러나 이집에서 맛을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나 할까. 부산 지인의 말을 빌리면 이곳은 ‘돈 있어도 못 먹는 고기집’이다. “오늘로 7번째 찾아 온 건데, 고기를 먹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감격해 하는 손님도 있을 정도이니 명성을 알 만하다.
테이블이 고작 여섯 개인 작은 고기 집. 오후 6시 정각에 문을 여는데 먼저 와서 줄을 서는 사람들 때문에 곧이곧대로 6시에 오는 손님은 허탕치기 일쑤다.
한 시간씩 기다려서 기어코 먹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줄을 선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불판을 차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준비된 고기가 다 떨어지면 그날 영업은 끝이다.
일단 자리를 차지한 손님은 무조건 소주 한 병 이상은 주문해야한다. 고기는 무조건 주인이 뒤집어주고 잘라줄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제 손으로 했다간 고기대신 욕만 먹는다. 이런 ‘배짱영업’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끊이지 않는 건 고기 맛 때문이다.
고기에 버무려 나오는 ‘비장의 양념소스’가 이 집 맛의 비결이다. 된장찌개에 라면 사리를 넣어 끓여먹는 된장라면 때문에 찾는다는 손님도 있다. 보통 9시쯤 되면 간판불이 꺼지고 일요일은 아예 문을 닫는다. 주례 오거리 인근에 있다. 돼지껍데기 4000원, 생삼겹살 5000원. 051-316-2723
백광상회
‘부산 오뎅’의 교본이라 할 수 있는 집이다. 여느 오뎅바나 포장마차에서 먹었던 오뎅탕을 상상하면 오산이다. 북어, 무, 다시마, 청다랑어, 다시멸치, 소 뼈 등의 7가지 재료를 넣고 우려낸 국물은 진하다 못해 걸쭉하다.
냉면 그릇같이 속이 움푹한 그릇이 아니라 납작한 접시에 담아 나오는 것도 특이하다. 이름은 오뎅탕인데 정작 어묵은 몇 개 없고 곤약, 토란, 삶은 계란, 쭈꾸미, 스지(소 힘줄), 고동, 찐 어묵, 양배추쌈 등 다양한 재료가 올라간다.
된장과 겨자를 섞은 소스도 별미다. 다른 메뉴도 많은데 손님들은 하나같이 문 열고 들어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내나 그거(‘늘 먹던 것으로’ 라는 뜻의 부산사투리)” 하며 오뎅탕만 찾는다. 한 접시에 2만원이면 좀 비싸다 싶었는데, 멍게 젓·마 샐러드· 밤·번데기 등 함께 나오는 찬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2인, 4인 테이블이 아니라 바 형식의 긴 테이블이 놓여있어 모르는 사람들끼리 어깨를 대고 앉아 한잔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내 술, 네 술’ 가리지 않는 친구가 된다. 부산 인심을 맛보고 싶다면 꼭 한번 들릴 것. 남포동에 있다. 오뎅 탕 2만원. 051-246-3089
할매가야밀면
부산 사람은 다 아는데, 서울 사람에겐 생소한 메뉴가 있다. 밀면이다. '한국전쟁 당시 이북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냉면을 끓일 때 메밀을 구하기 힘들어, 미군 구호품인 밀가루를 사용하면서 탄생한 음식'이라는 설이 있지만 진주냉면이 변형된 것이다.
냉면에도 함흥식, 평양식이 있듯 밀면에도 가야식과 개금식이 있다. 가야밀면은 한약재와 돼지뼈 육수를, 개금밀면은 닭육수를 사용한다. 이곳은 상호 그대로 가야식 밀면을 선보인다. 밀면 한 그릇을 시켜 맛을 보니 냉면과는 달리 입안에서 면이 똑똑 끊겨 부드럽게 넘어간다.
시원한 국물에서는 한약내가 물씬 올라온다. 새빨간 양념장이 듬뿍 올라간 비빔 밀면은 보기에는 엄청 매워 보이는데 막상 맛을 보면 달콤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양념장에 과일을 갈아 넣었기 때문인데, 먹으면 먹을수록 단맛은 가라앉고 매콤한 맛만 입안에 화끈하게 남는다. 밀면 대 4500원, 소 4000원, 비빔면 대 4500원, 소 4000원. 051-246-3314
18번 완당집
2대째, 60년 전통을 자랑한다. 완당은 중국음식 훈탕을 우리 입맛에 맞게 변형시킨 것으로 만둣국과 비슷해 보이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먼저 완당에 들어가는 만두의 크기가 손톱크기 만큼 작고 피의 두께도 0.3mm로 매우 얇다. 그래서 채 씹을 틈도 없이 목구멍으로 후루룩 넘어간다. 가게 한편에 마련된 방안에서 한 사람이 완당을 빗고 있는데 1분에 80개씩 만들만큼 손놀림이 빠르다. 멸치, 다시마, 생강, 닭 목뼈 등을 넣고 우린 시원한 국물 때문에 인근 직장인들의 ‘해장하는 집’으로도 유명하다.
매스컴에 줄줄이 소개될 정도로 장사가 잘되는 집이니 주변에 흉내내는 가게도 한두개 생김직도 한데, 이곳은 남포동 유일의 완당집이다.
조금만 두툼해도 완당 특유의 식감이 떨어지고 얇으면 쉽게 찢어져 버리는 피를 만드는데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장 자신있는 노래를 지칭하는 '18번'을 상호에 붙인 이유는 '여기만큼 완당을 잘하는 집이 없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다.
육수와 완당을 따로 포장해주기 때문에 출장길 혹은 여행길에 선물로 사가기 좋다. 완당 5000원, 완당우동 5000원, 쟁반모밀 1만원. 051-245-0018
한양족발
‘남포동에서 서울말 쓰면 시장아줌마들 밥됩니다.’
먹자골목에 관해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눈에 띈 댓글에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외지인은 바가지 쓰기 십상이라는 귀여운 충고였다. 하지만 “언니야, 여 온나 온나” 하고 ‘공짜로 퍼 줄 듯’ 말을 걸어오는 아주머니들의 정겨운 사투리를 들으면 그깟 장삿속, ‘알면서도 속아주자’ 싶은 마음이 든다.
남포동 골목은 즐겁다. 모퉁이를 돌때마다 떡볶이 골목·꼼장어 골목· 족발골목 등 새로운 먹자골목이 이어진다. '한양족발'은 남포동 족발골목의 터줏대감이다. 가게 입구의 투박하고 커다란 나무 도마 위에 식힌 족발이 수북히 쌓여 있다.
성킁성큼 족발을 써는 솜씨는 손놀림이 보이지 않을 만큼 능숙하다. 열일곱 가지의 재료를 넣고 삶았다는 때깔 좋은 족발은 부산 사람들 뿐 아니라 일본 관광객들에게도 대인기다. 일반 돼지족발(2만원~3만원)도 담백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냉채족발(2만원~3만원)을 많이 찾는다.
오이·양파 등의 채소와 해파리, 겨자소스가 곁들어 나와 새콤달콤한 맛이다. 고들고들한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은 앞다리 살을, 족발 특유의 담백한 맛을 느끼려면 뒷다리 살을 썰어 달라고 부탁할 것. 051-246-3039
내 껍데기 돌리도
상호가 정겹게 다가온다. 그러나 이집에서 맛을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나 할까. 부산 지인의 말을 빌리면 이곳은 ‘돈 있어도 못 먹는 고기집’이다. “오늘로 7번째 찾아 온 건데, 고기를 먹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감격해 하는 손님도 있을 정도이니 명성을 알 만하다.
테이블이 고작 여섯 개인 작은 고기 집. 오후 6시 정각에 문을 여는데 먼저 와서 줄을 서는 사람들 때문에 곧이곧대로 6시에 오는 손님은 허탕치기 일쑤다.
한 시간씩 기다려서 기어코 먹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줄을 선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불판을 차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준비된 고기가 다 떨어지면 그날 영업은 끝이다.
일단 자리를 차지한 손님은 무조건 소주 한 병 이상은 주문해야한다. 고기는 무조건 주인이 뒤집어주고 잘라줄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제 손으로 했다간 고기대신 욕만 먹는다. 이런 ‘배짱영업’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끊이지 않는 건 고기 맛 때문이다.
고기에 버무려 나오는 ‘비장의 양념소스’가 이 집 맛의 비결이다. 된장찌개에 라면 사리를 넣어 끓여먹는 된장라면 때문에 찾는다는 손님도 있다. 보통 9시쯤 되면 간판불이 꺼지고 일요일은 아예 문을 닫는다. 주례 오거리 인근에 있다. 돼지껍데기 4000원, 생삼겹살 5000원. 051-316-2723
백광상회
‘부산 오뎅’의 교본이라 할 수 있는 집이다. 여느 오뎅바나 포장마차에서 먹었던 오뎅탕을 상상하면 오산이다. 북어, 무, 다시마, 청다랑어, 다시멸치, 소 뼈 등의 7가지 재료를 넣고 우려낸 국물은 진하다 못해 걸쭉하다.
냉면 그릇같이 속이 움푹한 그릇이 아니라 납작한 접시에 담아 나오는 것도 특이하다. 이름은 오뎅탕인데 정작 어묵은 몇 개 없고 곤약, 토란, 삶은 계란, 쭈꾸미, 스지(소 힘줄), 고동, 찐 어묵, 양배추쌈 등 다양한 재료가 올라간다.
된장과 겨자를 섞은 소스도 별미다. 다른 메뉴도 많은데 손님들은 하나같이 문 열고 들어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내나 그거(‘늘 먹던 것으로’ 라는 뜻의 부산사투리)” 하며 오뎅탕만 찾는다. 한 접시에 2만원이면 좀 비싸다 싶었는데, 멍게 젓·마 샐러드· 밤·번데기 등 함께 나오는 찬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2인, 4인 테이블이 아니라 바 형식의 긴 테이블이 놓여있어 모르는 사람들끼리 어깨를 대고 앉아 한잔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내 술, 네 술’ 가리지 않는 친구가 된다. 부산 인심을 맛보고 싶다면 꼭 한번 들릴 것. 남포동에 있다. 오뎅 탕 2만원. 051-246-3089
할매가야밀면
부산 사람은 다 아는데, 서울 사람에겐 생소한 메뉴가 있다. 밀면이다. '한국전쟁 당시 이북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냉면을 끓일 때 메밀을 구하기 힘들어, 미군 구호품인 밀가루를 사용하면서 탄생한 음식'이라는 설이 있지만 진주냉면이 변형된 것이다.
냉면에도 함흥식, 평양식이 있듯 밀면에도 가야식과 개금식이 있다. 가야밀면은 한약재와 돼지뼈 육수를, 개금밀면은 닭육수를 사용한다. 이곳은 상호 그대로 가야식 밀면을 선보인다. 밀면 한 그릇을 시켜 맛을 보니 냉면과는 달리 입안에서 면이 똑똑 끊겨 부드럽게 넘어간다.
시원한 국물에서는 한약내가 물씬 올라온다. 새빨간 양념장이 듬뿍 올라간 비빔 밀면은 보기에는 엄청 매워 보이는데 막상 맛을 보면 달콤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양념장에 과일을 갈아 넣었기 때문인데, 먹으면 먹을수록 단맛은 가라앉고 매콤한 맛만 입안에 화끈하게 남는다. 밀면 대 4500원, 소 4000원, 비빔면 대 4500원, 소 4000원. 051-246-3314
18번 완당집
2대째, 60년 전통을 자랑한다. 완당은 중국음식 훈탕을 우리 입맛에 맞게 변형시킨 것으로 만둣국과 비슷해 보이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먼저 완당에 들어가는 만두의 크기가 손톱크기 만큼 작고 피의 두께도 0.3mm로 매우 얇다. 그래서 채 씹을 틈도 없이 목구멍으로 후루룩 넘어간다. 가게 한편에 마련된 방안에서 한 사람이 완당을 빗고 있는데 1분에 80개씩 만들만큼 손놀림이 빠르다. 멸치, 다시마, 생강, 닭 목뼈 등을 넣고 우린 시원한 국물 때문에 인근 직장인들의 ‘해장하는 집’으로도 유명하다.
매스컴에 줄줄이 소개될 정도로 장사가 잘되는 집이니 주변에 흉내내는 가게도 한두개 생김직도 한데, 이곳은 남포동 유일의 완당집이다.
조금만 두툼해도 완당 특유의 식감이 떨어지고 얇으면 쉽게 찢어져 버리는 피를 만드는데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장 자신있는 노래를 지칭하는 '18번'을 상호에 붙인 이유는 '여기만큼 완당을 잘하는 집이 없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다.
육수와 완당을 따로 포장해주기 때문에 출장길 혹은 여행길에 선물로 사가기 좋다. 완당 5000원, 완당우동 5000원, 쟁반모밀 1만원. 051-245-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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